지난 2월 15일 토요일, 광주 금남로에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광주에서 열리는 보수 집회 규모로는 최대였다. 그러자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금남로를 ‘불의한 세력’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광주·전남 지역의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이로 인해 동시에 두 개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틀 후인 2월 17일(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도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국선언과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다행히 두 곳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앞으로 이런 장면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정권교체 이후에도 말이다.
차벽을 두고, ‘우리는 애국시민, 너희들은 종북좌파, 빨갱이, 간첩, 반국가 세력’ 같은 사나운 말이, ‘우리는 민주시민, 너희들은 반민주 극우세력’ 말이 오간다. 혐오와 갈라치기의 말은 날것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말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민주 대 반민주’, ‘민주시민 대 극우세력’이 그렇다.
광주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곧 민주시민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집회에 참가해 이런 말들을 듣고 있다 보면, 이런 생각에 가닿곤 한다. 우리는 결코 ‘둘’로만 갈라질 수 없다고.
우리는 윤석열 파면을 원하지만, 파면을 원하는 다양한 이유를 갖고 광장에 나온다.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시민이지만, 엘리트들이 정의하는 민주시민 바깥에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며, 성폭력생존자이며, 퀴어·장애인·이주민·비정규직·성노동자·쪽방촌 주민·비인간동물이다. 우리는 모두이며, 광장의 깃발들만큼, 응원봉들만큼 다양하다.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역사강사 황현필이 외쳐보자고 했던 “김일성 X새끼”가 불편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는 무엇으로‘만’ 호명될 수 없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성과 소수자성이다. 우리는 이 다양성과 소수자성으로 연결될 것이고, 이 사회를 평등으로 바꿔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