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놓은 각본도 아닌데
오늘은 3.8 세계여성의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마지막 집회가 될 수도 있는 오늘이 세계여성의날이라니, 미리 짜놓은 극본도 아닌데 시작과 끝이 아주 잘 맞는다. 특히 두 가지 지점에서 그러하다.
첫째, 윤석열 정부는 반여성, 반성평등에 기반하여 출범했다. 이제 너무나 지겨운 문구, 윤석열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발언은 일부 유권자의 표를 끌어모으는 기폭제가 되었고, 그는 어퍼컷을 날리며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세로 성평등 의제도 날리고, 예산도 날렸다. 그러한 성평등의 퇴보에 종지부를 찍을 날을 목전에 둔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광장의 시간이 3.8 세계여성의날에 흐르고 있다.
둘째, 지난 12월 7일, 계엄령 선포 후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날, 100만명이 모였던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20·30 여성의 압도적 참여가 주목되었다. 이 여성들의 정치적 힘으로 확장된 탄핵 광장은 남태령과 한강진을 경유하며 헌법재판소에 도달했다. ‘기특하고 고마운 존재’로 호명되던 타자에서 원래부터 광장에 있었던 존재,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함께 성숙시켜 온 주체임을 각인하면서 말이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오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층 공고히 할 탄핵 선고를 앞둔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광장의 시간이 오늘 세계여성의날에 흐르고 있다.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
이 균형 잡힌 서사에 ‘민주주의를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도 매주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은 물러나라’를 필두로 한 다양한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보탰다. 계엄령 선포 바로 다음 날, ‘이게 바로 안티 페미니스트 정치의 말로’라는 현수막을 광화문 광장에서 펼치면서 활동을 시작했던 우리의 문제의식은 간명하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반인권적 태도를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다른 의견’인 양하며 유권자의 ‘표’를 취하는 이들이나,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나 같다. 군대를 동원해 스스로만을 지키고자 하는 이나, 뜻대로 안 되면 폭력을 휘두르는 가부장이나 같다. 낼 세금도 없는 이웃엔 관심도 없는 정치인이나, 가난한 자를 조롱하며 조회수를 올리는 자나 같다. (국적과 인종에 따라 차별적이지만) 이주민을 값싼 노동력만으로 취급하는 정치인이나,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이나 같다.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장애인의 요 구를 ‘이기주의’로 왜곡하는 이나, 장애인을 혐오하는 이나같다.그리고이들이같음은이번계엄령선포 에서, 서부지법 폭동에서, 이화여대 난입에서 겹치는 ‘같은 얼굴들’이 증명했다.
우리가 ‘페미-퀴어-네트워크’를 하이픈(-)으로 연 결한것은모두연결되어있다는것,그리고이에대 한혐오와차별의기원은같다는전제가있었기때문 이었다. 성차별을 부정하는 이가 계엄을 선포하고, 성 폭력을저지르고제대로된죗값을치르지않은이가 계엄을 돕고, 배우자를 구타했던 이가 폭동을 조장하 고, 페미니스트를 조롱하던 이가 탄핵에 반대한다.
끝까지 예의주시해야 하지만, 윤석열은 탄핵될 가 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지난 3개월, 페미니스트랑 탄핵이랑 무슨 상관이냐는 비아냥에, 광장의 수많은 여성과 소수자들이 발언으로, 구호로, 발걸음으로 진심 어린 화답을 했다. 일상에 바글대는 작은 윤석열들이 있다고, 그렇기에 윤석열이 끝이 아 니라고, 우리의 하이픈들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윤석열 탄핵뿐 아니라 탄핵 이후의 세상에 대해 꿈꾸던 광장의 말들은 대선 과정에서도 울려 퍼 질수있을까.정권심판,정권교체라는‘대의’가이목 소리들을 삼켜버리진 않을까. 이러한 우려들이 오히 려더나은세상을‘지금,당장’불러오는것을방해하 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전진한다
오늘 3.8 세계여성의날은 이를 기념하는 한국여성대회가 40주년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그 시간 동안 한국의 성평등은 성큼 진보하기도 했고, 조금 퇴보하기도했다. 지금은 다른 게 더 중요하니 ‘성평등’은 ‘나중에’라고 했던 때도 있고, ‘성평등’이라고 해야 표심을 얻을 수 있다며 ‘성평등’이 ‘선언’되는 때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도 우리는 조금씩 성평등을 향해 전진해 왔다.
윤석열 퇴진 후에도 우리는 흔들림 없이, 오늘 광장을 가득 채운 얼굴들과 함께 더욱 폭넓고 단단하게 성평등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윤석열 퇴진시키고 평등으로, 나아가자! ▲
송란희 | 한국여성의전화,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는 탄핵 이후, 다른 세상을 고민하며 현재의 상황을 공유하고 민
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의 목소리를 담은 액션을 기획하고 실천합니다.
(함께하는 이들) 뉴그라운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꽃페미액션,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언니네트워크, 장애여성공감, 페미당당, 플랫폼C,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FDSC, FFF (2025.1.23) (계속)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기후정의동맹 등 사회운동 연대체와 그에 소속된 다양한 단체 및 개인,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와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새로운노동자정치 추진모임, 평등의길 등 노동운동단체들이 함께 하는 네트워크입니다. 『평등으로』는 ‘네트워크’가 만들고 전국 각지에 배포하는 주간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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